요즘 대부분의 회사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기술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도 화면을 통해 회의를 하고, 자료는 자동으로 정리되며, 업무는 시스템에 따라 흘러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시간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면, 표정이 예전보다 조금 더 무기력해졌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오늘은 조직문화 속 아날로그 프로그램 도입 효과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디지털 도구가 주는 편리함 뒤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쌓여 있고, 빠른 속도에 맞추기 위해 사람들은 감정의 여유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 조직 안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건조해지고, 회의가 끝나도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며, 업무 외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생겨났다. 효율이 높아질수록 관계는 얕아지고, 소통은 더 표면적으로 흐른다. 구성원 개인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조직 전체는 ‘함께 일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각자 살아남고 있다’는 느낌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몇몇 조직들은 뜻밖의 방법으로 사람들의 에너지를 다시 살려보기 시작했다. 바로 디지털이 아닌, 손과 감각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활동을 조직문화에 도입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벤트처럼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술의 속도가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지 못할 때
회사를 둘러보면 속도가 빠를수록 사람들이 더 능률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믿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정보가 너무 많아지고, 일은 너무 촘촘하며, 커뮤니케이션은 쉬지 않고 이어지다 보니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숨을 참기 시작한다. 실시간 보고, 즉각적인 답변, 빠른 일정 조율 속에서 감정은 조금씩 소모되고, 몸과 마음은 긴장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환경은 어느 순간 사람들을 서로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화면 너머의 대화는 표정과 온기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텍스트 기반 소통은 오해를 쉽게 만든다. 작은 갈등도 금세 증폭되고, 팀원 간 신뢰는 어느 새 예민한 선 위에 놓이게 된다. 업무의 목적과 목표는 존재하지만, 사람 사이의 결속력은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도구나 더 정교한 시스템이 아니었다. 오히려 구성원들의 마음을 잠시 느슨하게 만들고, 서로를 다시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경험이었다. 가만히 손을 움직이고, 진행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며, 완성보다 과정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런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직문화 담당자들은 생각보다 오래된 방식,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더 절실한 방식인 아날로그 프로그램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구성원들의 마음에 의외의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손을 움직이는 순간, 관계가 다시 살아나는 조직
아날로그 활동이 조직에 도입되었을 때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흙을 만지고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자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웃음을 보였고, 그동안 업무적 언어로만 이어지던 대화는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팀원들과 함께 화분을 만들던 시간에는 “이렇게 흙을 만지는 게 얼마나 편안한지 몰랐어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도예 클래스에서는 어설프게 만들어진 컵 하나를 두고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때의 대화는 업무의 긴장감이 스며 있지 않았고, 서로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려는 의도도 없었다. 손을 움직이는 동안 사람들은 마음의 방어막을 내려놓고, 상대를 자연스럽게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는 회의실에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 종류의 친밀함이었다.
특히 프리젠테이션으로 인한 피로가 많은 직장에서는 손글씨 기반 회의록 작성이나 다함께 하는 독서 모임이 의외로 큰 효과를 냈다. 손으로 글을 쓰는 시간은 브레인스토밍을 더 깊게 만들었고, 책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기회가 생겼다.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구성원들은 팀원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평소 업무에서 보이던 모습만으로 판단하던 동료가, 아날로그 활동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고, 완벽주의자로만 보였던 사람이 도예 작업에서는 천천히 배우고 실수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더 인간적인 존재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순간 팀은 ‘기능적 조직’에서 ‘사람이 함께 있는 공동체’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깊은 정서적 전환이었다.
아날로그 경험이 조직의 회복탄력성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방식
아날로그 프로그램이 단순한 힐링 활동을 넘어 조직문화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는 이유는, 그 경험이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바꾸기 때문이다.
손을 움직이는 경험은 빠른 완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천천히 다듬고, 잘못 만들면 고치고, 완성되지 않은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미완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고, 이는 업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진다.
또한 아날로그 활동은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더 유연하게 사고하고,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회사 내부에서는 하나의 문제를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만 풀려고 하지 않고, 새로운 조합과 감각을 시도해보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작은 공방 경험이 혁신 전략 회의에서 독창적인 발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을 지탱해주는 힘 역시 이러한 정서적 안정감과 창의적 태도에서 나온다.
아날로그 활동을 경험한 구성원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훨씬 더 깊고 느긋하게 대응했고,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지지하는 방식도 성숙해졌다.
조직의 회복탄력성이란 결국 구성원 개개인의 감정적 탄력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날로그 프로그램이 조직 전체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빠른 시대의 조직이 살아남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느림을 다시 가져오는 일이다
효율을 추구하던 조직이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온기를 잃어버린 채 기계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 조직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사람은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과 관계와 여유가 사라지면 결국 조직의 성장이 멈춘다.
아날로그 프로그램은 그 잃어버린 부분을 다시 조직 안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손과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 구성원들은 자신을 되찾고, 서로를 이해하며, 일의 의미를 다시 발견한다.
기술은 일을 진행시키지만, 사람의 감정은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언제나 느림 속에서 회복된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조직은 다시 아날로그를 찾는다.
그 느림이야말로 조직이 미래를 버틸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