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주 자책한다. “내가 집중력이 부족해서 그래”, “의지가 약해서 자꾸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요즘 왜 이렇게 산만해졌지” 같은 말들이 일상처럼 나온다. 주의력이 흐트러지는 원인을 개인의 성향이나 태도에서 찾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개인에게 있을까. 만약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원인은 개인을 넘어선 구조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은 주의력 경제에서 개인이 패배하는 구조에대하여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우리는 지금 ‘주의력 경제’라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도, 돈도 아닌 인간의 주의력이다. 수많은 플랫폼과 서비스는 우리의 주의를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경쟁한다. 이 경쟁에서 개인은 항상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게임의 규칙을 만든 적도, 동의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주의력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왜 이 구조에서 개인이 계속해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우리가 겪는 집중력 저하와 피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결과라는 점을 차분히 살펴보고자 한다.
주의력은 상품이 되었고, 우리는 고객이 아니라 ‘자원’이 되었다
주의력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인간의 주의력이 상품이 되었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무료로 제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주의력을 수익화한다. 사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이 클릭할수록, 더 자주 반응할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높아진다. 이 구조에서 사용자는 고객이 아니라 자원에 가깝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사용자의 이익과 정반대 방향으로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빨리 나가고, 집중을 회복하고,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은 플랫폼의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가능한 한 오래 머물게 하고, 끊임없이 다음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화면은 멈출 수 없게 설계되고, 알림은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며, 콘텐츠는 짧고 강렬한 자극 위주로 구성된다.
이 구조 속에서 개인은 주의력을 지키기 매우 어렵다. 의지가 강한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왜냐하면 개인의 주의력은 유한하지만, 플랫폼은 무한한 실험과 최적화를 통해 우리의 약점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의력 경제는 개인이 이길 수 없는 게임 구조를 갖고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이 아니라 ‘약점’을 학습한다
많은 사람들은 알고리즘 추천을 편리한 기능으로 인식한다.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대신 골라주고, 선택의 수고를 줄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의력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알고리즘의 목적은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에 오래 머무는지, 어디에서 멈추는지,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학습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되는 것은 우리의 이상적인 취향이 아니라, 가장 쉽게 주의를 빼앗을 수 있는 지점이다. 불안, 분노, 비교, 호기심 같은 감정은 주의력을 오래 붙잡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된다. 처음에는 가볍게 소비하던 것이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되고, 이전보다 쉽게 피로해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 피로의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 “내가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할 뿐, 시스템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개인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알고리즘은 점점 정교해지지만, 개인은 자신의 주의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비대칭성이 바로 주의력 경제에서 개인이 반복적으로 패배하는 이유다.
집중력 저하는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주의력 경제 속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끊임없이 외부에서 주입되기 때문이다. 알림을 꺼도, 화면을 줄여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자극에 노출된다.
이 환경에서 개인은 두 가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하나는 “내가 약해서 그렇다”는 자기비난이고, 다른 하나는 “더 강한 도구로 관리해야 한다”는 착각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의 의지도, 관리 기술도 아니다. 구조 자체가 주의력을 분산시키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피로해지고, 사고의 깊이는 얕아지며, 감정은 쉽게 흔들린다. 하루 종일 많은 정보를 소비했는데도 남는 것이 없고, 집중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게 된다. 이 악순환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들어낸다.
이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더 잘 반응하려 하거나, 더 효율적으로 소비하려 하면 오히려 구조에 더 깊이 편입될 뿐이다. 완전히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
주의력 경제에서 개인이 패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게임은 개인이 이길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이 게임에 계속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주의력을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주의력을 요구하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비디지털 취미와 아날로그 활동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손을 쓰는 활동, 속도가 느린 경험,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 시간은 주의력 경제의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반응하지 않아도 되고, 비교하지 않아도 되며, 소비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
AI 시대에 주의력은 곧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힘이다. 그 힘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사고의 깊이도, 삶의 만족도도 달라진다. 주의력 경제의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위치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선택이 쌓일수록, 우리는 덜 지치고 더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